다양한 자세의 분만방법이 있다.
현대 의학에서는 주로 누워하는 분만 (쇄석위 자세)로 분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앉어서 하는 분만이 산모에게는 더 좋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산모가 하는 힘에 중력이 더해서 보다 효율적인 힘주기가 가능하다.
누워서 분만을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의료진이 산모를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를 받고, 태반을 제거하고, 회음부 열상을 확인하고 봉합하는데 유리하다.
분만은 그렇다 치고, 진통하는 중에는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앉아서 하면 안 될까.
보통 진통이 있어 분만실에 입원하면
팔에는 수액을 달고, 배에는 태아 감시 장치를 단다.
태아 감시장치란 태아의 심방동과 엄마의 자궁 수축을 체크하는 기계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산모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을 수밖에 없다.
별다른 합병증이 없는 산모라면
진통 중에 자유롭고 다양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그중 하나가 수중 진통이다.
수중 진통을 하다가 분만까지 물속에서 할 수도 있고 (수중분만),
분만은 물밖으로 나와 침대에서 할 수도 있다.
수중분만/수중진통에 대해 알아보자
태아는 엄마 배 안에서 양수안에 있다.
수중분만시 태아는 양수와 비슷한 물의 감촉을 느낀다.
바로 엄마의 품에 안길 수 있다.
물속에서는 몸의 근육이 이완된다.
산모는 진통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이 감소한다.
자궁수축으로 인한 통증과 불편함이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좌식 분만이 된다.
앉은 자세는 골반이 잘 벌어지고 힘들 주기도 쉽다.
물의 부력으로 인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수중분만이 언제부터 생겨난 것일까.
수중분만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던 자연분만법중이다.
이집트 시대나 인디안 부족 기록을 보면 낮은 강물에서 분만을 했다.
1803 년 프랑스에서 난산중인 임산부가 진통을 줄이기 위해 따뜻한 욕조에 들어갔는데
물속에서 분만이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현대적 의미의 수중분만은
1960 년대 구소련의 수영강사인 챠코프스키 (Igor Chavkovskii) 가 기초를 세우고
1970 년대 프랑스 의사 오덴트에 의해 완성되었다.
수중분만은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1 일실에서 진행된다.
욕조의 모양은 다양한데 대게 월풀 기능이 있다.
산모가 혼자 욕조에 들어갈 수도 있고,
보다 바람직하게는 남편과 함께 들어갈 수도 있다.
방안의 불은 어둡게 한다.
아늑한 조명일 밝히고 아로마 향을 은은하게 깔리기도 한다.
분만시 회음절개는 하지 않는다.
물속에서는 조직의 탄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회음절개를 하지 않아도 일반분만에 비해 열상이 적다.
물속에서 나온 아기는 둥둥 떠다니다가 물밖으로 나오게 된다.
아기의 코와 입에서 양수와 물을 흡입한다.
태지는 닦지 않은 상태에서 아기는 엄마품에 안긴다.
아기의 탯줄을 자르고, 엄마 젖을 물린다.
이 때는 분만 직후라 엄마젖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후 물속에서 나와 산모용 침대에 내워 태반을 제거하고, 찢어진 회음부를 봉합한다.
아기가 태어나 물속에 있으면 과연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만약 일반 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를 물속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숨을 쉬지 못해 죽는다.
그렇다면 수중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는 괜찮을까.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숨을 쉬지 않는다.
사람은 생존을 위해 호흡을 통해 산소를 마셔야 되지만,
뱃속의 아기는 탯줄을 통해 산소를 받기 때문에 숨을 쉬지 않아도 된다.
수중분만으로 나온 아기도 마찬가지이다.
탯줄을 자르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탯줄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는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물밖으로 급하게 꺼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머리가 나오고 자연스럽게 몸통이 나오고 물에 둥둥 뜰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다만 너무 긴 시간을 물속에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아기가 나오면 자궁이 수축되면서 태반이 자궁으로부터 떨어지는데
그러면 탯줄을 통해 더 이상 산소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속에 얼마나 있는 것이 적당할까
GMCHA (Global Maternal/Child Health Assciation)에 의하면
20초 안에는 물밖으로 나올 것을 권고하고 있다.
빨리 태반이 분리될 경우 태아가 산소 공급을 적절하게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20 초안에 태반이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20 초보다 다소 오래 있어서 별문제는 없다.
수중분만시 물 온도는 얼마가 적당할까.
이상적으로는 양수와 비슷한 37 도 정도가 좋다.
일반적으로 32.2 ~ 38.3 가 적당한데 범위가 조금 넓다는 생각이 든다.
적당한 물온도라는 것이 주관적이만 미지근한 정도가 좋다.
춥지 않을 정도면 된다.
필자는 수영하기 적절한 온도라고 말하고 싶다.
38.3 도 이상의 뜨거운 물은 안된다.
임산부의 호흡이 가빠지고 탈수증이 생길 수 있다.
수중분만 하니까 김이 펄펄나는 목욕탕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 뜨거운 목욕탕에서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진통은 20-30 분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최소 몇 시간은 걸린다.
초산모는 평균 약 9시간, 경산모는 평균 약 6 시간 정도이다.
수중 분만을 한다고 해서 진통 시간 내내 물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다.
힘들어서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한다.
병원마다 매뉴얼이 다소 다르겠지만 들어갔다 나왔다는 반복할 수 있다.
또 수중분만을 계획했다고 해도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막상 해보니 본인 스타일이 아니라면
물속에서 진통만 하고 분만은 분만용 침대에서 할 수도 있다.
일부의 산모들은 수중 진통 후에 분만이 촉진되어 진통시간이 단축되기도 한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물속에서 공기로 환경의 변화가
아드레날린일 촉진시켜서 그렇다는 의견이 있다.
물 온도는 최근에는 세팅해 놓으면 욕조가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
그렇게 못하던 시절에는 온도계가 필요했다.
수중분만에 사용되는 물은 어떤 것일까
생리식염수 또는 미네랄워터?
그냥 수돗물을 사용한다.
소독해서 사용하면 좋겠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 없다.
단점은 없을까
가장 큰 문제점은 태아 및 산모의 감염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욕조를 잘 소독해야 한다.
수중 진통시 태아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어렵다.
물속에서 사용 가능한 도플러 기기를 이용하여 심음 측정을 할 수 있다.
수중분만은 정말 아기에게 안전할까.
미국 미네소타주 비영리기관인 알리나 헬스 (Allina Health) 연구진은
2014 ~ 2018 년에 수중 분만한 산모 538 명의 산모와
일반적인 방법으로 분만한 산모를 비교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 수중분만을 한 산모들의 아이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입원할 위험이 더 낮았다.
모든 산모가 아닌 수중분만에 적합한 산모들을 선별하였으며
욕조의 위생을 철저하게 관리하였다.
산모와 태아를 모니터링했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한 의료환경이였다.
이런 조건이라면 수중분만은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수중분만을 위해서는 욕조, 소독장비, 무균 시스템, 온도관리 등에 비용에 많이 든다.
고가의 장비를 사용해야하므로 사회적으로 적절한 의료 수가가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 수중분만을 비롯 다양한 분만 방법에 대한 수가가 없다.
보통 병실료를 높게 책정하여 받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수중분만을 모든 산모에서 할 수는 것은 아니다.
다음의 경우에는 위험성 때문에 수중분만을 시도하지 않는다.
합병증이 있는 산모
과거 출산시 합병증이 있었던 경우
양수가 태변에 착색된 경우
양수가 진통 전에 파열된 산모
태아 가사상태
자궁수축제를 사용하는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1999 년도에 한양대병원에서 최초로 수중분만을 시도하였다.
당시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수중분만을 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에 수중분만으로 분만한 연예인으로는 주영훈/이윤미 부부, 정주리가 있다.
[글 : 닥터 아놀드]
'임신과 출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언제 나와야 할까 (임신주수와 태아 생존 가능성) (0) | 2022.06.05 |
---|---|
태아 심장소리는 임신 몇 주에 확인가능할까 (0) | 2022.06.04 |
사후피임약을 처방받으러 병원에 갈 시간이 없다면 (0) | 2022.05.22 |
아기가 거꾸로 있으면 자연분만은 불가능하고 제왕절개를 해야할까 (0) | 2022.05.20 |
자연분만시 회음절개를 꼭 해야할까 (0) | 2022.05.09 |
댓글